밤 10시, 피곤하지만 마음은 환했다
어버이날
얼마전 다리 수술을 하여 외식이 불편한 엄마를 위해
내가 직접 연골에 좋은 음식을 차렸다.
하루를 끝내고,
눈꺼풀도 조금씩 내려앉을 시간.
어버이날 피날레로
3대 모녀 치유의 시간을 준비했다.
지친아이의 마음과 수술로 지친 엄마의 마음을
풀어보려는 마음으로
우리 3대 모녀는 테이블에 둘러앉아
조용히 색을 골랐다.
아이, 나, 그리고 엄마.
세 여자의 손끝에서 피어난 색은
서로 달랐지만
그 안의 울림은 참 많이 닮아 있었다.
초등 6학년, 딸의 색 — ‘정리하고 싶은 나’
요즘 학교 가는 게 싫다 말하면서도
색연필을 잡는 손은 누구보다 신났다.
지쳐 있지만 편안하다고 했다.
보라색 몸통에 민트빛 팔다리,
머리는 편안한 하늘색,
그리고 마무리로 또렷한 하늘색 테두리를 둘렀다.
그 선은 방어막이 아니었다.
“설치고 다니는 나를 정리하는 선이에요.”
외부로 살짝 퍼져나간 회색
“사람들이 힘들게 해요”라며
회색을 조용히 바깥으로 번지게 칠했다.
이 말에 나는 가만히 숨을 들이켰다.
외부를 전혀 칠하지 않은 아이
비록 요즘 늦게 자서 피곤해도
그날 밤, 외할머니와 함께 그림을 그린 건
너무 신나고 즐거웠다고!
그날의 감정을 그래도 꺼내줘서 고마웠다.
40대, 나의 색 — '초록 파워, 그리고 나의 핑크’
손끝에서 초록이 퍼져 나갔다.
요즘 내가 너무 좋아하는 파스텔 핑크와 레몬 옐로.
봄의 초록빛 연두, 그리고 두둥실 하늘색.
핑크는 핑크는 내가 다시 찾은 재능의 색.
아이디어를 내고 사람들의 마음을 울렸던 나의 목소리.
초록은 쉼. 안정.
그리고 “내가 누군가를 편하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내 안의 평안이 다른 사람에게도 퍼져나가라~ 초록 파워!!
사람의 그림을 가득채운 파스텔 톤의 내면,
그리고 하늘색으로 채운 외부 —
하늘은 날아오르고 싶은 지금의 기분.
요즘 만나는 사람들과 새롭게 흐르는 에너지가
나를 부드럽고, 유연하게 만들고 있었다.
그리고,
그림을 다 그리고 나니 알겠다.
내가 이렇게 열정적인 건,
엄마에게서 온 에너지 때문이었다.
엄마는 내 뿌리, 그리고 나의 불꽃이다.
69세 엄마 — ‘청춘을 담은 파랑과 초록’
엄마는 내 그림에서 초록을 발견하고
더 진하게, 더 힘차게 칠하셨다.
머리는 하늘, 몸통은 갈색,
그리고 가슴과 다리에 초록과 파랑.
대화에서 그 초록과 진한 파랑이 주는 느낌을
드디어 발견했다!
청춘이야! 하는 엄마의 대답에
무릎이 아파도,
텃밭을 가꾸고 자원봉사를 하고,
이웃을 돌보는 우리 엄마는 정말 청춘 그 자체다
그날 밤, 엄마의 에너지는 외부를 다 칠해냈다.
외부는 온통 초록과 파랑으로
땅의 기운인 갈색으로 단단히 받쳐준다
마치 지금도 뛰고 싶은 듯.
“청춘은 지금도 있어. 나는 아직 청춘이야.”
그 말이 그림에서 터져 나왔다.
나는 그걸 보며
‘아, 내 에너지의 뿌리는 여기였구나’
그리고 언제나 나를 든든히 지켜준 엄마
나의 갈색은 이렇게 엄마에게서 왔다는 걸 깨달았다.
잠시 잃어버렸던 내 갈색
내가 좋아하던 갈색은 엄마에게서 왔다
나의 어머니가 물려준 가장 큰 유산은
나와 아이를 지켜려는 책임감과 타인을 돌볼 줄 아는 에너지
라는 걸 깨달았다.
세 명의 에너지, 세 명의 캐릭터
우리 3대 모녀는 참 다르지만
서로를 비추는 거울 같기도 하다.
딸은 섬세하고 명확하며,
나는 감각적이고 열정적이고,
엄마는 단단하고 여전히 뜨겁다.
캐릭터가 분명한 세 사람,
한 공간에서 같은 누리에를 칠하며
우리는 서로의 색을 마주했다.
그림은 감정의 일기였다.
그리고 그날 밤,
우리는 색으로 서로의 마음을 안아주었다.
매주 금요일, 색으로 이어지는 가족의 시간
피곤했지만
마음은 평온했고
세 사람의 웃음이 방 안을 환하게 밝혔다.
매주 금요일에
같은 도안에 다른 마음을 칠할 것이다.
그게 우리 가족의 히스토리가 될 것이다.
치유는 특별한 말보다
이런 순간에서 자라난다.
함께 웃고, 함께 색칠하는 밤.
우리 3대 모녀의
소중한 금요일 밤 이야기가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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